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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촬영에 열의를 보이더라.
성종: 사진 찍히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여러 가지 콘셉트들을 소화해볼 수 있으니까. 패션 화보도 자주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페이지가 있으면 스크랩도 한다. 한 번은 어떤 팬 분이 해외 패션지들을 몇 권 선물로 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모델 중에는 콜 모어를 좋아한다. 특정한 감성을 어떤 표정으로 표현하는지 유심히 보는데, 정말 다양하더라. 막 손가락으로 입가를 끌어올려서 이를 보여주는 그런 포즈도 너무 신선하고.
만약 단독으로 화보를 찍는다면 어떤 걸 하고 싶나.
성종: 펑키한 느낌 하나, 시크하고 남자다운 느낌 하나, 이렇게 상반되는 콘셉트면 좋지 않을까? 화보를 잘 찍으려면 일단 본인 몸에서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는 콘셉트가 있어야 할 것 같고, 끼를 발산하기 위해서 자신을 좀 버려야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남자다운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자주 이야기하던데.
성종: 맞다. 예전에는 남자다운,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팬 분들에게 ‘나한테 기대 달라, 내가 보호해주겠다, 감싸주겠다’ 그런 표현을 해보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어떤 팬 분이 써주신 편지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성종아, 너무 남자다운 모습을 하려고 하지 마. 나는 꾸며진 이성종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너를 좋아하는 거야. 그걸 읽은 후,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려야겠다 싶었다.
그래도 ‘Back’ 무대에서는 남성미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더라. 변화가 가장 눈에 띄는 멤버인데, 어떤 노력들을 한 건가.
성종: 우선 예전에 비해서 내가 더 남자답게 보인다면,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안에 있는 걸 조금씩, 자연스럽게 보여드리게 된 거지. ‘척’ 하는 건 이제 안 된다. 그런 건 다 들통이 난다. 물론 무대를 위한 노력도 따로 했다. 생각해보니 내 목소리가 너무 약한 것 같더라. 라이브를 해도 잘 안 들릴 정도로. 어떻게 하면 좀 더 단단하게 들릴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고, ‘라스트 로미오’로 컴백하기 전까지 몇 달 동안 보컬 레슨과 연습을 꾸준히 병행했다. 개인스케줄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 거다. ‘Back’ 무대를 앞두고는 헤어스타일에도 변화를 줬고, PT를 받으면서 몸도 다듬었다. 노래에 맞게 표정을 짓는 것도 중요한데, 내가 생각할 때 이번 곡은 강한데 아련한 이미지인 것 같았다.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때 슬펐던 때를 많이 떠올리려고 했다.
언제 그렇게 슬펐던 건가.
성종: 지난해. 20대가 되면서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난 왜 이거 밖에 못하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뭘까? 과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뭐고, 제일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그런 고민으로 3일 동안 밤을 새우기도 했다. 개인스케줄이 따로 없으니 잠도 안 오고, 생각이 더 많아지는 것 같더라. 나 혼자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했더니 정리가 잘 안 돼서 너무 버거웠다. 좀 어른스러워 보이고 싶어서 그랬던 건지, 원래 나는 힘들면 주변에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혼자서 끌어안는 스타일이다. 남한테 피해를 주기 싫거든. 내가 좀 힘들고 말지, 남까지 힘들게 하는 건 별로다. 말하자면 내 자신을 너무 가둬놨던 거다.